프로이트적으로 분석을 해볼까요?
1.
한나라당에서 의총을 하고는 있지만, 거기서 접점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게 순수한 관념적 논의라면,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이론에 따라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디 현실이 논리대로 돌아가던가요? 특히 대한민국에서.... 원안과 수정안의 대립의 바탕에는 친이와 친박세력의 이해관계 대립이 깔려 있습니다. 아주 쉽게 말하면, 대선과 총선의 문제입니다. 즉 다음 대선후보는 누가 될 것이냐? 그리고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은 누가 쥘 것이냐. 한 마디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만드는 기계를 누가 갖느냐의 싸움이지요.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요. 당론변경조차도 어렵겠지만, 설사 당론 변경을 한다 해도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수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수학적 명증성을 갖는 진리입니다. (국회의 의석분포를 보십시요.) 그렇다면 MB와 친이들은 왜 논리적 불가능에 도전할까요? 그것은 끈적끈적한 물질적 욕망 때문입니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면, 대권과 공천권이 그들의 '이드'고, '국가의 백년지대계'니 어쩌구 하는 수사법은 이 본능적 욕구를 정당화하는 수퍼에고의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얘기죠.
욕망은 원래 부조리하고,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겁니다. 이성적으로는 안 되는 거 뻔히 알면서도 기어이 충족되고 싶어하는 게 바로 욕망이거든요. 바로 거기서 무의식 중에 비이성적인 행위를 반복하는 강박증이 탄생합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한나라당 친이파들이 딱 이 강박증에 빠져 있습니다. 원내대표 안상수씨도 그렇고, 총리인 정운찬씨도 그렇고.... 오늘 보니 의총에 친박계 의원들은 다 빠졌던데, 그것을 보고도 계속 같은 말을 강박적으로 반복하더군요. 토론을 하고 또 하면 언젠가는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나요....?
2.
그렇다면 이 강박증의 구체적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친이파의 딜레마에 있습니다. 청와대에 대통령과 의회에 다수의석을 가진 것이 친이파입니다. 그들이 소유하지 못한 것은 바로 미래입니다. 그 미래는 불행하게도 박근헤에게 있지요. 친이파에는 아직 박근혜에 대항할 만한 인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친이파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지요. 왜냐하면 친박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이와 싸운 대가로 이른바 '공천 학살'이라는 것을 당한 바 있습니다. 핵심세력들이 검찰의 사정을 받기도 했구요. (최근 31절 특사 없다는 청와대의 얘기는 서청원 안 풀어주겠다는 얘기겠지요.)
MB는 퇴임 이후를 걱정해야 할 겁니다. 자기가 저질러 놓은 짓이 있으니까요. 권좌에서 내려온 대통령이 어떤 신세가 될지, 아마 MB 자신이 잘 알 겁니다. (언젠가 미국으로 도망간 한상렬을 데려다 놓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자기를 지켜줄 보호막이 하필 박근혜라는 사실이 그에게는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지요. 친이파 의원들은 박근혜가 대선후보가 된 이후를 걱정해야 할 겁니다. 아마 그 때가 되면 친박 의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천 못 받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상황이 올 테니까요. 친박 의원들은 박근헤 덕에 귀환이라도 했지, 근데 얘들은 어디 귀환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상황이 이러니 미치는 거죠. 그래서 던진 떡밥이 세종시 수정안입니다. 원안을 수정할 경우, 충청권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테니, 그 여론의 힘으로 박근헤를 압박하여 굴복시키겠다는 거죠. 박근혜 전대표의 경우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충청권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원안을 고수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 자연스레 박근혜 대표를 충청권 안에 잡아 놓고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민심을 동원해 압박해서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거죠. 잔머리 하나는 탁월한데, 불행히도 MB 두뇌용량보다는 무한히 풍부한 게 세상이지요. 상황은 뜻대로 안 돌아가고 있습니다. 설 지나고 외려 원안지지율이 높아지고 있거든요.
3.
그래서 또 다시 꺼내든 카드가 바로 개헌안입니다. MB도 한 마디 하고, 이재오도 한 마디 하고, 정두언도 한 마디 했지요? 여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는 세종시 출구전략이지요. 즉 세종시 수정안이 불발로 끝나거나,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MB와 친이파는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겁니다. 그때 바로 개헌안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하여 게속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 나가겠다는 계산이지요. '개헌'이라는 것은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세종시 수정안 불발에 따른 민망함을 쉽게 덮어버릴 수 있지요. 성공만 한다면, 개헌 얘기 꺼내 논란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아주 탁월한 출구전략이 될 겁니다.
다른 하나는 친이파의 장래를 위한 포석입니다. 친이파의 딜레마는 이겁니다. 한나라당이 계속 집권을 해야 하나, 그 중심이 하필 박근혜일 수밖에 없다는 것. 지금 친이세력이 구상하는 개선안은 바로 이 딜레마를 해소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즉 한나라당의 집권은 유지하되, 박근혜의 권력은 제한하거나 무력화하자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 같은 것을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이 경우 친이파는 박근혜 없이 집권을 하거나, 혹은 박근혜를 행정부 수반으로 두더라도 그 권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의 권력을 자신들이 행사할 수 있게 되지요. 이게 바로 친이파의 야무진 꿈이지요.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일단 박근혜씨가 이를 받아들일 리 없지요. 미치지 않은 이상 이미 차려진 밥상을 스스로 물리거나, 차려진 밥상의 절반만 먹겠다고 할 리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민주당은 4년 중임제 개헌을 생각하고 있고, 의회 내에서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표도 대통령 한 번 더 해먹을 수 있는 중임제 개현을 선호할 수 밖에 없지요. 게다가 국민들 대다수가 생각하는 개헌안 역시 4년 중임제 개헌입니다. 그러니 내각제니 이원집정부제니 하는 발상은 세종시 수정안 관철하는 것보다 더 실현하기 힘든 욕망이지요. 세종시 수정안이 코끼리가 냉장고 안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개헌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할까요?
아무튼 세종시 수정안도 그렇고, 내각제 개헌안도 그렇고, 실현불가능한 꿈에 반복적으로 집착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강박증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재집권을 해야 하나, 그 중심은 박근헤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 사실이 친이들의 의식 혹은 무의식 속에 트라우마처럼 박혀 있는 거죠. 바로 이것이 세종시 수정안이니, 내각제 개헌안이니 실현불가능한 꿈을 친이들이 반복적으로 꾸는 이유겠지요.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짜증은 결국 강박증 환자를 옆에 두고 살아야 하는 사람의 짜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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