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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죽어나가야 긴급구제할텐가?"
[기자수첩] 4대강반대 이포보 농성자에 대한 긴급구제 기각과 인권위의 인권감수성
 
김오달 기자 icon_mail.gif

 
"(농성자들이)그 정도로 선식도 못드실 정도면 이 폭염에서 그렇게 건강한 모습을 외견상 보이기가 어렵다라는거죠..."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해 이포보에 올라 고공점거농성중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요청에 대해 인권위 최모 과장이 인권단체회원들과의 면담에서 한 말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도대체가 그 높은 곳에서 찬바람 맞아가며, 밥 굶어가며, 잠 설쳐가며 고생한 몰골이 아니라서 인권위가 나서 '긴급히' 구제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럴 수 있다. 인권위 상임위원들이 현장에 나가 조사해본 바 아직까지 긴급한 상황이 아니기에 기본적인 인권조치만 취할 수 있다. 행정기관으로서 충분히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권위이기에 그래서는 안되는게 있는거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렇지 않은 일들도 당사자에게는 목숨이 위태로운 생사의 기로일 수 있다. 그래서 인권위 직원들은 행정보다 인간을 우선해야하며 어찌됐든 상대방의 이야기들을 최대한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먼저 경청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권한과 원칙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이 대개다. 그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알기에 그들의 그런 보신문화를 애써 탓하고 싶지는 않다. '권한밖의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는 원칙'을 깨고 약자의 편을 들어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경찰과 시공사 관계자들의 방해로 인해 음식조차 올려보내지 못하는 상황에 애가 타고 화가 나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중에 가장 먼저가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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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인권위의 면담.     ©김오달

설사 행정적으로 안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인권위 과장이 면담자리에서 딱 잘라 핏대 세워 목소리 높여가며 논쟁할만한 이야기가 아닌거다. 상임위원들과 회의한 후에 정상적인 민원절차를 밟아 문서로 답변해주면 될 일을 자의적 판단으로 "안될 것이다"라고 결론 짓는 것이야 말로 과장 권한 밖의 월권행위이다.
 
인권위를 드나든지도 7년째 되어가지만, 요즘처럼 일반인들의 인권위 접근성이 떨어진 적은 처음인 듯하다. 실무자 면담을 위해 올라온 인권단체 활동가들에게도 문을 걸어잠그는 인권위가 일반민원인들을 어찌 대할지는 뻔한 일 아닌가?
 
아주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말 그대로 고자세에 인사 한마디 건네는 일이 없다. 현 위원장 취임과정에서 기자가 아무리 밉보이는 짓을 했다지만, 역대 위원장들의 '피플 프렌들리'와는 대조되는 관료주의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이들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차분히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한 다음에야 행정적 조치든 뭐든 가능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긴급구제 요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리면서 인권위는 긴급히 필요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위한 조사를 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인권위는 이제라도 '실효성 있는 조치'를 위한 조사에 조속히 나서기를 바란다.
 
지금 인권위의 태도를 보면 누군가 쓰러진 후 병원으로 실려간 다음에야 무언가 조치를 취할 것같다는 걱정이 앞서 하는 말이다. 지금 인권위는 "죽을 정도는 아니기에 긴급구제요청을 기각한다"는 말을 하고있는 것과 다름없다.
 
아래는 인권단체 연석회의와 환경운동연합이 인권위의 이포보 위 활동가 긴급구제 기각에 대해 인권위의 실효성 있는 조치를 요구한 항의서한 전문이다.
 
1. 귀 위원회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활동에 감사합니다.
 
2. 지난 13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국가인권위)는 환경운동연합의 긴급구제신청에 대해 심의한 결과 물, 식량이 일부 반입되고 있어 긴급구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에 깊이 실망했습니다.
 
3. 우리가 판단하는 긴급구제 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밝히겠습니다.
 
가. 현재 상황

이포보 위의 농성자들은 25일째를 넘기는 농성기간 동안 절대적인 기초 대사량 부족과 경찰, 대림산업 공사 관계자들의 괴롭힘으로 밤마다 잠을 자지 못하는 등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외부 소통마저 불가능해, 어떠한 위급한 상황이 닥쳐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들에게는 긴급 구제를 통한 인권침해 상황의 근절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나. 법적 근거

국가인권위원회법 48조(긴급구제조치의 권고)에 의하면 [①위원회는 진정을 접수한 후 조사대상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 중에 있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발생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진정에 대한 결정 이전에 진정인이나 피해자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피진정인, 그 소속기관 등의 장에게 다음 각 호의 1의 조치를 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판단할 때, 현재 이포보 농성자들은 [1. 의료, 급식, 피복 등의 제공 4.인권침해행위나 차별행위의 중지 5.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를 일으키고 있다고 판단되는 공무원 등의 그 직무로부터의 배제 6. 그 밖에 피해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에 해당하는 인권침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②위원회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당사자 또는 관계인 등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과 명예의 보호 또는 증거의 확보나 인멸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관계인 및 그 소속기관 등의 장에게 그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는 긴급구제의 조치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입니다.
 
다. 인권위 판단의 부당성
 
1) 물, 식량의 절대적 부족으로 강제적 준단식 상태

인권위는 “심의한 결과 물, 식량이 일부 반입되고 있어 긴급구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간단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농성자들에게 제공되는 물품은 1인당 1∼1.5l , 선식 3일치 1∼2kg 정도로 성인남자 1일 필요 열량 2,500kcal 에 한참 모자라는 400∼500kcal에 불과합니다. 보통사람도 견디기 힘든 폭염과 폭우에 염분도 없는 상태로 25일을 지탱하는 농성자들은 준단식 상태에 강제로 놓여 있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물과 식량 일부가 반입되므로 긴급구제 필요성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인권위의 판단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2) 경찰의 지속적 괴롭힘은 직무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가혹행위

인권위가 전혀 판단을 하지 않은 경찰의 괴롭힘 행위는 심각한 지경입니다. 농성자들을 향해 경찰은 농성장 인근 50m 근방에 초소를 설치하고 밤부터 새벽까지 2∼3시간 간격으로 싸이렌을 울리고 선무 방송을 하며 쇠뭉둥이로 땅바닥을 끌고, 난간을 두드리고 손뼉을 치고 소리는 지르는 위협을 가하며 농성자들이 잠들지 못하도록 괴롭히고 있습니다.
 
또한 경찰은 서치라이트를 밤새 쏘아서 대낮같이 환하게 만들어 잠들지 못하게 할뿐더라 대낮에도 뜨거운 서치라이트로 괴롭히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찰초소의 서치라이트는 농성장 주변의 현장 상황실까지 비추는 등(8월 15일 상황) 위협행위는 대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농성자들을 괴롭혀서, 농성장에서 이탈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적인 가혹 행위입니다.
 
3) 경찰폭력 방관과 조장

집회신고를 한 현장 상황실 주변에는 4대강 사업 찬성 주민들이 몰려와 수시로 폭력을 행사하고 확성기로 음악과 선무방송을 틀어 행사를 방해하는 행동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욕설을 비롯, 어린 학생들에 대한 비하발언(8월 14일 상황), 국회의원 폭행, 여기자 폭행, 방송장비 파손 등 테러상황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에 대해 수수방관하거나 심지어 합법적으로 신고 된 장소에서 집회 해산 방송을 하는 등(8월 15일 상황) 경찰직무 유기와 직무 위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4) 외부와의 연락 단절, 위험발생 상황에 대한 대비책 전무

농성자들이 위치 한 이포보는 주변의 수심이 깊은 고립무원의 섬과 같은 곳입니다. 경찰들조차도 농성자들과 육성으로 소통하기 힘든 위치에 있기 때문에 어떠한 불상사가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기 힘든 곳입니다. 이런 상황에 경찰은 농성자들과 외부의 유일한 소통수단인 무전기나 휴대전화의 밧데리를 올려 보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위급한 일이 발생되어 농성자들이 긴급한 의사를 전달해야할 상황이 오더라도 지금 상태로는 어떠한 대비책도 마련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농성자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을때, 외부와의 소통 단절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판단역시 인권위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4. 인권위에 대한 요구

 
1984년 유엔고문방지협약에서 "고문이라 함은 당사자나 제3자로부터 정보나 자백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당사자나 제3자가 연루되었거나 연루되었다고 의심되는 행위에 대하여 처벌을 가할 목적으로, 당사자나 제3자를 협박,강요할 목적으로, 또는 모든 종류의 차별에 기초한 이유로, 극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통증과 고통을 한 개인에게 의도적으로 가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이때 가해지는 극심한 통증과 고통은 공무원이나 그 밖의 공무 수행자가 직접 또는 이러한 자의 교사 동의 묵인 하에 가해지는 행위이다. 다만, 합법적 제재조치로부터 초래되거나 이에 내재하거나, 부수되는 고통은 고문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인권위는 최근 양천경찰서 고문사건에 대한 의견을 제출, 고문에 대한 우리사회의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으켜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문신고센터를 오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대한 진정이 접수되어 조사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농성자들이 구금된 상황은 아니더라도, 유엔에서 밝힌 대로 "협박 강요할 목적으로, 극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통증과 고통을 한 개인에게 의도적으로 가하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이포보 농성자들에 대한 경찰의 의도적 가혹행위가 인권위가 주목할 인권침해 사실이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찰은 현재 농성자들을 농성장으로부터 이탈시키기 위해 의도적인 고통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농성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해 저항의 수단을 통해 자신의 온몸을 던져 호소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직무범위를 벗어난 가혹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럴 때 인권위가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할지는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권위의 이번 조치에 다시 한번 심각한 유감과 우려를 표명합니다. 인권위의 긴급구제신청 기각은 인권위가 본분을 망각하고, 도리어 인권침해의 당사자가 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다시 한번 긴급구제 신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가 긴급구제 신청여부와 무관하게 직권으로 이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것은 기각 결정문에서 밝힌 대로 인권위가 실효성 있는 조사를 하겠다는 의지와도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는 농성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즉각 중단될 수 있도록 인권위의 적극적인 조사와 조치를 요구합니다.
 
현재 상황은 보통사람도 탈진할 수밖에 없는 폭염과 우기로 인해, 농성자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알 수 없는 위급한 상황입니다. 인권위가 이런 상황을 외면한다면, 인권위의 존재의미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우리의 요구>

1. 이포보 농성자들에게 제대로 된 식량과 물을 공급할 것

2. 경찰의 직무법위를 벗어나는 직접적 가혹행위와 경찰의 직무유기로 인해 농성자들을 괴롭히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할 것(현장상황실과 현장을 방문하는 방문자들에 대한 주변인들의 테러행위에 대한 경찰들의 직무유기 행위도 포함)

3. 농성자들과 외부와의 소통이 가능한 무전기나 핸드폰 밧데리를 공급할 것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권위가 즉각 실효성있는 조사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합니다.
 
2010년 8월 16일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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