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2009-04-14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오늘 클로징 멘트가 글자 그대로 클로징 멘트가 됐네요. 신경민 앵커가 왜 물러났는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내세운 명색은 '뉴스의 경쟁력 강화'라고 하나, 과연 MBC의 다른 앵커 중에서 신경민씨만한 캐릭터를 가진 분들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단순히 인지도의 측면에서 봐도 그에 필적할 만한 사람은 없는 듯하구요.
사장인 엄기영씨는 그가 외압 때문에 물러났다는 것이 '일각'의 시선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그 '일각'이 실은 대한민국 전체라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신경민 앵커가 물러난 것이 정치적 외압 때문이라는 것은 아마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악랄하게 그를 물고 늘어졌던 인터넷 사북청년단 애들도 굳이 부정하지않을 겁니다. 이건 한국언론사의 치욕이지요.
그는 물러났지만, 그에 대한 기억은 영원할 것입니다. 내용 없는 덕담이나 의미 없는 인사 정도로 여겨지던 클로징 멘트를 글자 그대로 클로징 멘트로 바꾸어 놓고, 그로써 클로징 멘트 자체를 시대의 문화 아이콘으로 올려놓은 것이 바로 신경민 앵커였기 때문입니다. 짙어가는 어두움 속에서도, 그가 클로징 멘트에서 한 말대로, 언젠가는 희망의 날이 밝아오겠지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생각나네요. 불어로 하는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 선생이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쓰지요. 도데가 극성스러운 보수우익이라고 하지만, 나라를 빼앗겨 본 나라의 어린이에게는 교과서에 읽은 그 마지막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뉴스에 자막으로 이렇게 써넣고 싶더군요.
vive la liberte!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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