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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0 22:39

진보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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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대안 

정태인(경제평론가)

‘신념을 위한 정치’ 

최근 국민참여신당에 들어간 유시민 전 장관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대해서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자기 자신의 신념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자신의 처지에 따라 일구이언, 조변석개하는 현실에서 ‘신념을 위한 정치’란 얼마나 귀한가? 그런데 유 전 장관은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는 아니라고 반전시켰다. 괘씸하다. 

예컨대 진보정당은 한미 FTA를 비준하면 나라가 거덜날 것이라고 믿는다. 한나라당, 민주당, 그리고 국민참여신당은 한미 FTA가 경제성장율을 무려 7%p 가까이 끌어올려서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것이라는 신념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만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희망대로 2006년 내에 한미 FTA가 타결되고 2007년에 비준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한미 FTA 신금융상품 조항에 따라 우리 경제에 파생상품이 넘쳐 흘렀다면 과연 아이슬란드 꼴이 나지 않았을까? 어느 쪽이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유 전 장관 스스로가 이끈 의약품 분야에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미국의 의료제도가 비효율적인 이유 중 하나에, 세계적인 제약회사가 즐비한데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약값이 비싸다는 사실이 도사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의약품 지적재산권 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한미 FTA는 이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정작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약의 지적재산권을 약화시키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어느 쪽이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노 전대통령이 격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보고서(2006)에는 ‘병원 당연지정제의 재고’라는 말이 들어 있고 유 전 장관의 첫 번째 대통령 보고서에는 ‘병원 영리법인화’에 대다수 병원이 찬성한다는 통계가 실렸다. 다만 한미 FTA와 겹칠 경우 국민들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니 유보했을 뿐이다. 유 전 장관은 지금 윤증현 장관이 총대를 메고 추진하는 ‘병원 영리법인화’에 지금도 찬성하는가? 자기 자신의 신념보다 중요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런 것일까?

‘진보의 대안’ 

맞다. 아직도 진보정치는 국민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진보신당은 겨우 2%의 지지를 넘나들고 있으니 당의 존립조차 위험하다. 그러나 그것은. 심지어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입에 달고 다니는 것처럼 현실적 대안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난마처럼 얽혀 있는 교육문제도 개혁의 첫걸음은 사교육 금지이다. 1년에 무려 18조원이나 절약할 수 있으니 소득재분배 효과를 통해 경제성장율도 당장 1%p 가량 끌어 올릴 수 있다. 물론 더 큰 문제는 0.5점에 목 매게 하는 입시에 있고 그 배후에는 학벌사회라는 불평등이 도사리고 있으니 교육개혁은 종합적이고 장기적이어야 하지만 현재 교육의 타미플루는 일단 사교육 금지일 것이다. 

서울대 이진석교수에 따르면 1인당 월 18,000원의 보험료를 더 내고 연간 상한을 낮추면 더 이상 의료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미 10조원을 넘어 급증하고 있는 민간의료보험료를 건강보험공단에 바꿔 내면 그만이다. 물론 현재의 행위별 의료수가제도에도 문제가 있으니 의료생협 등을 통해 동네의원들이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고 환자 수에 따라 의료비를 지불하는 방법(인두당 수가제)도 생각할 수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세종시 문제도 국가안위에 관계되므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 한번 잘 했다. 자연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 아이들의 생명줄을 조르고 있는 사교육과 의료민영화, 그리고 한미 FTA야말로 천배, 만배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이 아닌가? 모두 다 묶어서 국민투표 한번 해 보자. 국민이 결정했으니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로 뒤집을 수도 없다. 이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다. 만일 이런 정치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면 그것은 이 간단한 진보의 대안이 건설재벌, 사교육재벌, 병원재벌, 보험재벌, 바로 보수정당들의 돈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오직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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